오늘 하루는 온종일 한 장의 앨범만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레이베이의 LA 할리우드 보울 공연장 라이브 공연 실황을 담은 <A Night At The Symphony>입니다. 싱어송라이터 LAUFEY는 아이슬란드 출신입니다. 아이슬란드어는 표기는 로마자이지만 독자적인 발음 규칙을 따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구권에서도 어떻게 읽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혼동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네요. 저도 처음 스트리밍을 통해 레이베이의 노래를 발견했을 때 가수 이름을 읽을 줄 몰라서 '라우페이' 혹은 '라우피' 등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재즈피플에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레이베이'가 가장 근접한 발음이란 걸 알기 전까지요.
재즈라는 장르가 여전히 비주류이긴 하지만 적어도 여성 재즈 보컬만큼은 꾸준히 대중들의 관심을 받아 왔습니다. 특히나 오디오파일들에게는 본인만의 오디오 테스트 곡 중 최소한 한두 곡쯤은 여성 재즈 보컬 곡이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지금도 오디오 쇼에 가면 노라 존스나 다이아나 크롤의 곡이 여기저기에서 들립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성 재즈 보컬이 누굴까요. 1순위는 아마 작년 그래미 수상자이자 올해도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수상이 유력한 사마라 조이를 꼽아야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마라 조이의 보컬을 어린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한 보이스라 평합니다. 누군가는 엘라 피츠제럴드 또는 사라 본과 같은 전설적인 여성 보컬이 연상된다고도 합니다. 그만큼 사마라 조이가 클래식한 정통 여성 재즈 보컬의 계보를 잇는 보컬리스트라면 레이베이는 이와는 상반되게 보다 트랜디한, 팝적인 요소가 섞여 있는 보컬리스트입니다.
그래서 재즈 보컬이라는 카테고리만으로 레이베이를 표현하기에는 조금 틀에 맞지 않는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레이베이는 노라 존스와 닮았습니다. 사마라 조이가 재즈 보컬 앨범상을 수상할 때에 레이베이는 팝 보컬 앨범상을 수상한 것을 보면 그래미에서도 레이베이의 음악을 재즈보다는 팝으로 분류한다고 봐야겠습니다. 하지만 레이베이의 앨범을 들어 보면, 그리고 레이베이의 따뜻하고 풍성한 음색을 듣고 있으면 저는 레이베이의 음악에서 팝보다 재즈가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하게 높다고 생각합니다.
레이베이는 올 6월 서울 재즈 페스티벌을 통해 처음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가졌습니다. 당시 보여 준 그녀의 완벽한 라이브 퍼포먼스는 수많은 후기를 남기며 사랑스러운 것이 외모뿐이 아니란 걸 증명했습니다. 이번 할리우드 보울 공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앨범의 첫 트랙인 '드리머'를 들을 때에는 곡의 중간 중간 다소 과장된 표현처럼 들려 다소 아쉽기도 했는데요.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공연 실황, 유일하게 올려진 이 곡을 통해 이런 표현들이 당시 현장의 분위기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감성으로 이해되면서 더욱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15곡, 55분 가량의 플레이 타임 내내 레이베이의 행복한 감정이 묻어 납니다. 영상으로 보고 싶은데 아직 어디에도 공연 실황 영상이 올라오지 않은 것 같아 너무나 아쉽습니다. 그래서 대신 오늘 하루 이렇게 계속 앨범을 반복해서 듣고 있고요. 추운 날씨, 어지러운 시기로 인해 힐링이 필요할 때 들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타이달.
Laufey - A Night At The Symphony: Hollywood B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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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dal.com
애플뮤직.
A Night At The Symphony: Hollywood Bowl by Laufey & Los Angeles Philharmonic on Apple Music
Album · 2024 · 15 Songs
music.ap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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