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소테릭에서 그란디오소 라인업은 플래그십을 뜻합니다. 소스기부터 앰프단까지 스피커를 제외한 모든 오디오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그란디오소 제품들이 출시되어 있지만 딱 하나, 스트리밍 전용 기기 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음악 감상에서 스트리밍이 이미 대세로 자리잡은 시점에서의 빈 자리는 에소테릭이 물리 매체에 보다 집중하는 브랜드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제 그 마지막 자리를 채울 제품이 출시했습니다. 네트워크 트랜스포트 N1T입니다.
N1T는 트랜스포트입니다. 때문에 외부 DAC와의 연결이 필수적인 제품입니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극단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기능들을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쪼개어 담당합니다. 극단적으로는 작은 꼬다리 DAC 하나로 해결되는 일련의 음악 재생 과정들이 이 정도 급에서는 거대한 몇 덩이의 기기들이 나누어 처리합니다. 단순하게 보면 단지 디지털 신호를 DAC에 전달하는 일만 담당하는 이 제품의 가격은 297만 엔입니다. 어지간한 오디오 마니아가 아닌 이상 이 정도로 극단적인 분리 구성의 하이엔드 제품에 욕심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그란디오소 특유의 유려한 곡선 디자인입니다만, 최신 플래그십 제품답게 내부 설계와 입출력 단자부 구성도 튼실해 보입니다. 그리 많은 전원이 필요치 않은 제품임에도 컨트롤부와 오디오부를 독립시켜서 각각 별도의 트랜스로 구동시켰고 콘덴서, 다이오드 등의 부품들도 잔뜩 넣어 두었습니다. 단자들 중에는 이더넷 단자 외에 SFP 포트를 추가해 둔 부분도 눈에 띕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종류가 다른 두 개의 랜 포트가 있는 셈인데 최근 들어 점점 하이엔드 제품들에는 SFP 포트를 이용한 연결이 노이즈 감소 측면에서 유리하다 해서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넓은 호환성을 이용해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겠죠. USB 단자에 외장 하드를 연결해서 스트리밍 외에 파일 재생 서버 역할을 겸할 수 있고, 2개의 HDMI 출력단을 통해 좌우 채널을 나누어 2대의 D1X SE DAC과 연결하는 초호화 구성도 지원합니다. 여기에 에소테릭이 자랑하는 자사의 G1X 클럭과 동기화할 수 있도록 클럭 입력 단자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사실 기능적으로는 딱히 설명할 부분이 없습니다. 여느 네트워크 플레이어와 동일하니까요. 에소테릭 전용 어플을 통해 조작하는 방식이고 앱 내에서 타이달, 코부즈, 스포티파이가 연동됩니다. 룬도 당연히 호환되고요. 그렇기 때문에 모든 오디오 제품들이 그렇지만 순수 디지털에 가까운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유독 고급기의 효용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은 편입니다.
이건 경험을 통해 본인이 필요성을 느끼는 수밖에 없습니다. 스트리밍 신호 전달 과정만으로 정말 이 정도의 값어치를 투자할 만큼의 소리 차이가 나는지 직접 들어 보고, 그 결과에 따라 영입을 결정해야겠습니다. 그밖에 제한된 예산 내에서 우선 순위를 정하기도 해야겠고요. 사실 이 정도 급의 트랜스포트를 사용한다는 것은 이미 나머지 주요 기기들이 완성된 상태임을 전제로 두는 것이 맞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기존 그란디오소 유저들에게는 N1T가 굉장히 반가운 제품이 될 듯합니다. 패밀리룩을 깨지 않으면서 에소테릭이 추구하는 극한의 기술력을 갈아 넣은, 대세에 맞는 음악 감상을 도와 주는 기기가 드디어 출시되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도 소스기 분야만큼은 에소테릭의 사운드를 좋아하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들어 보고 싶은 제품입니다. 물론 가능하면 다른 제품들도 이와 급이 맞는 시스템으로요.
이번 주말에는 이보다 더 앞단, 네트워크 허브 신제품 시연회에 다녀올 예정입니다. 집에 하나씩은 있는 유무선 인터넷 공유기인 셈인데 제품 무게만 약 40kg이라고 합니다. 오디오 참 어렵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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