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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리뷰/지면 리뷰

롯데콘서트홀 스테이지 투어

 

  평소 볼 기회가 없는 공연장의 뒷 공간을 구경할 수 있는 드문 기회여서 딸내미 견학도 시킬 겸 롯데콘서트홀 스테이지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평일 오전 시간대이기도 하고 내심 저처럼 자녀들 체험 학습을 목적으로 신청하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이번 회차 신청자 중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온 사람은 저밖에 없더군요. 대부분이 성인, 그 중에서도 중장년층이 더 많았습니다.

  로비에서 시작한 투어는 VIP 라운지를 지나 공연장 소개를 거쳐 백스테이지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공연장에서 가장 큰 악기 또는 공연장의 일부라고도 볼 수 있는 파이프 오르간을 가까이에서, 그리고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고요. 마지막은 파이프 오르간 연주 감상으로 1시간이 조금 넘는 프로그램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롯데콘서트홀은 객석이 무대를 에워싸고 있는 빈야드 스타일의 공연장입니다. 이것도 해당 공연장이 건설되는 시기에 어떠한 스타일이 유행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답니다. 예술의 전당의 경우 부채꼴 모양으로 객석이 배치되어 있고, 고양 아람누리 음악당은 직사각형의 슈박스 스타일로 지어졌습니다. 공연장마다 모양이 다른 건 알았지만 또 설명을 들으면서 보니 익숙했던 공간이 새롭게 보입니다.

  종종 들렀던 무대지만 무대 감독 님에게 직접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들으니 새삼 참 대단한 공간이다 싶습니다. 콘서트홀 전체 공간은 진동 및 소음 차단을 위해 박스 인 박스 구조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건물 지하에 지나다니는 지하철의 진동, 아랫층 쇼핑몰에서의 소음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키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콘서트홀 내부에서 유일하게 흡음 역할을 하는 소재는 객석의 페브릭뿐이라고 하네요. 나머지는 모두 소리의 분산재 역할을 한답니다. 그 중에서도 1층과 2층 사이 벽면은 무늬는 목재 마감이지만 실제 재질은 알루미늄 위에 무늬목 필름지를 붙인 것이라 하네요. 이제까지 당연히 목재인 줄 알았는데 속았습니다. 클래식 전용 공간으로 지어진 만큼 긴 잔향 시간을 가지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이번 투어에서 놀랐던 점 하나, 콘서트홀에 놓여져 있는 의자에 숨겨진 비밀들입니다. 그냥 다 똑같은 의자들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위치마다 모양이 조금씩 다릅니다. 이 부분도 뒷좌석에 앉은 관객의 하체를 가려 주는 등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을 쓴 부분입니다. 페브릭도 총 4개의 색상을 섞어서 사용했다고 하네요. 듣고 나서 보니 정말 붉은색이 다 같은 붉은색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모든 부분을 주문 제작한 결과, 의자 한 개가 200만 원이랍니다. 콘서트홀 내부에는 약 2,030석이 들어서 있으니.. 의자 가격만 어마어마합니다.

 

  스테이지 뒤편에는 악기 보관실, 분장실, 대기실 등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악기 보관실에는 항시 온도와 습도를 무대와 동일하게 맞추기 위해 항온항습기가 가동 중입니다. 피아노 보관실에는 스타인웨이 피아노 4대가 보관 중이었습니다. 오늘 저녁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 현재 모두 커버로 덮어 두어서 실물은 볼 수 없었습니다. 피아노 옆에는 이동형 파이프오르간 연주대도 함께 놓여져 있습니다. 종종 영상에서만 봤지 실물은 이번에 처음 봤습니다. 그리고 그 큰 악기를 이렇게 이동형 연주대로, 유선으로 연결해서 연주가 가능하다는 것도 놀라웠고요.

  뒤편에 마련되어 있는 리허설실은 공연장과는 달리 타공된 흡음판 위주로 룸튜닝이 되어 있습니다. 공간에 들어갔을 때 약간 귀가 먹먹한 정도로 무향실 느낌도 났고요. 이 곳에서 믹싱 또는 마스터링과 같은 음악 작업도 가능하도록 세팅되어 있다는데 실제로 믹싱 작업까지는 진행된 적이 있답니다.

 

  이번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파이프오르간이었습니다. 바로 앞에 서서 본 파이프오르간은 위용이 어마어마했고요. 이렇게 거대한 악기 사이에 묻혀 있는 듯한 연주대는 그래더 더 앙증맞아 보였습니다. 예전에 영상으로 봤던 파이프오르간은 정말 모든 것이 아날로그 방식이었는데, 이곳에 있는 연주대는 디지털 방식의 편의 기능들이 다수 내장되어 있었습니다. 연주자가 연주 전 미리 마디에 맞추어 스톱들을 세팅해서 저장시켜 놓을 수도 있고, 연주를 저장한 뒤 그대로 재생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파이프오르간 내부는 말 그대로 하나의 설비실이었는데, 그래서 파이프오르간 제작자를 '빌더'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악기를 제작한다기 보다는 하나의 건축물을 짓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습니다. 내부는 협소하기도 하고 또 워낙 복잡해서 들어갈 순 없었고 문 밖에 서서 구경만 했습니다.

 

 

  다시 무대로 돌아와 파이프오르간에 기녹음된 연주를 3분 가량 감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잘 구성된 프로그램이라고 평하겠습니다. 쉽고 친절하게 가이드를 해 주신 무대 감독님의 덕도 컸고요. 저도 너무나 재미있었고, 같이 간 딸내미도 다시 오고 싶다고 한 걸 보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프로그램 같습니다.

  내년에도 롯데콘서트홀 스테이지 투어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반기에 한 번씩 예약을 받는 듯한데 아직 내년 일정은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내년에는 조금이나마 프로그램 구성도 바꿀 예정이라고 하니, 저는 내년 하반기 쯤에 한번 다시 와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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