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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리뷰/지면 리뷰

엣지 있는 자연스러움, 모파이 소스포인트888

 

  2022년에 모파이에서 스피커를 새롭게 출시하면서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스피커의 이름은 소스포인트10으로 유명 엔지니어인 앤드류 존스가 모파이에 합류하면서 내놓은 제품입니다. 해외에서는 앤드류 존스를 '캡틴 콘센트릭'이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KEF부터 시작해서 TAD, ELAC, 그리고 현재의 모파이까지 그가 관여한 모든 스피커에 동축 드라이버를 사용하기 때문인데, 이 정도면 현대 동축 드라이버 스피커의 아버지라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소스포인트10의 성공 이후 앤드류 존스는 유저들의 피드백을 반영해서 해마다 한 대씩 신제품을 내놓습니다. 작년에는 공간을 덜 차지하는 보다 작은 사이즈의 스피커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여 드라이버를 8인치로 줄인 소스포인트8을, 그리고 올해는 우퍼를 더한 스피커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반영한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인 소스포인트888을 발표합니다.

 

  저 역시 발표한 순서대로 소스포인트10을 먼저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에 출시 소식을 해외 기사로 먼저 접한 뒤 상당히 큰 기대를 가진 가운데 청음했던 기억이 납니다. 행사장에서 스피커를 듣고 기록한 메모에는 '소릿결이 예쁘다. 다만 저역의 무게감이 조금 떨어지고 고역이 조금 날카롭게 들린다. 그래서 우퍼 하나 정도 더해 주면 딱 좋을 것 같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우퍼를 두 발이나 더 붙인 888의 출시 소식을 들으니 정말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이번 소스포인트888 청음은 그때 제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제 생각이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래된 기억으로 혹은 메모에 남겨진 기록을 토대로 남아 있는 소스포인트10의 조금은 딱딱한 중고역 질감이 이번에는 그리 거슬리게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스피커가 재생하는 중고역의 질감 자체가 바뀌었다기 보다는 두 발의 8인치 우퍼가 더하는 저역의 묵직하고 여유로운 표현이 중역 이상 대역까지 잘 아울러서 곱게 포장해 주기 때문입니다. 저역을 우퍼로 떠넘기면서 미드 드라이버가 소화해야 하는 저음역대의 부담이 덜어짐으로 인한 효과도 있을 테고요.

 

  소스포인트888의 장점은 '엣지 있는 자연스러움'입니다. 음선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올바른 표기는 '에지'이지만 이러면 제가 말하고 싶은 의미가 단어에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것 같아 그냥 '엣지'라 하겠습니다. 음선을 하나의 축으로 가정하면 한쪽 끝은 너무나 선명하고 또렷한 표현이 위치하고 반대편에는 너무나 부드럽고 풀어지는 표현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그 선상의 중간 어느 지점 정도의 음선 표현을 선호할 텐데 사람에 따라 그 지점이 약간이 차이가 나겠죠. 스피커의 음색이라든지 토널밸런스도 중요하지만 이런 음선에 대한 기호도 스피커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기준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그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제 성향을 판단하자면 저는 중간 지점에서 조금은 부드러운 쪽으로 치우쳐진 음선, 질감 표현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다만 제 음악적 취향이 다분히 잡식성이기에 개성이 두드러지는 스피커는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느 한쪽에 치우쳐진 소리라면 장르에 따라 만족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인데요. 다분히 주관적이지만 제가 들었을 때 아주 살짝, 끝음에서 여유가 느껴지는 정도의 부드러움을 가진 음선이면 충분합니다. 이보다 선명하면 오래 듣기에 부담스럽고, 반대로 풀어지면 듣는 재미가 떨어집니다. 길게 작성했지만 결국 제가 오래 들어도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듣는 재미는 유지하는 정도의, 제 기준에서의 자연스러운 질감과 음색을 들려 주는 스피커를 좋게 평가한다는 뜻입니다. 이건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이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스피커의 선택에 있어서 선호도가 달라지겠지요.

 

 

  소스포인트888이 제 기준에서는 마음에 드는 질감 중 하나입니다. 음악의 전체적인 질감은 여유가 있고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메인이 되는 요소인 보컬이나 현악기 등에서는 음선의 엣지가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조화가 저는 어색하지 않게 들립니다. 레이베이의 라이브 앨범인 <Night At The Symphony>는 할리우드 보울 공연장에서 레이베이와 LA 필하모닉이 함께 한 공연의 실황 앨범입니다. 이 앨범을 들으면서 제가 이제껏 실컷 말한 질감에 대한 밸런스, 그리고 음색에 대한 밸런스가 모두 뛰어나다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배경의 오케스트라와 메인인 레이베이 보컬의 정위감, 볼륨의 조화가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보컬이 너무 튀어나오거나 또는 음상이 크게 잡히지 않으면서도 초점은 명확하게 레이베이의 보컬에 맞춰집니다.

 

  이제까지 저는 동축 드라이버에 대한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대체로 소리가 좀 직선적으로 뿜어져 나온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때문에 여유가 부족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는 지난 소스포인트10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동축 유닛 스피커는 제 취향에 맞지 않는구나 싶었는데 이번에 888을 들으면서 결국 무슨 유닛을 쓰든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튜닝하느냐가 중요한 것임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그렇다고 동축 유닛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뀐 건 아닙니다. 888에서도 여전히 중역 이상은 살짝 화사하게 들립니다. 다만 이 화사함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어떻게 조화롭게 들려 줄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죠.

  888의 드라이버들은 모두 페이퍼 콘으로 금속 재질의 콘 드라이버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릿결이 부드럽게 들릴 만합니다. 여기에 채널 당 8인치의 우퍼를 두 발로 넉넉하게 달아 줘서 양적으로도 충분할 만한 환경을 갖추었습니다. 면적으로 계산하면 거진 12인치에 근접한 사이즈가 되니까요. 우퍼의 내부 설계적으로는 코일의 가동 범위 전체가 마그넷의 범위 안에 포함되는 언더헝 타입을 채택해서 왜율을 줄였답니다. 이런 설계나 구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소리를 듣는 것이지만 결과물이 만족스러우니 새삼 이런 세심한 설계가 더 믿음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듣기에 888의 중역은 음선이 조금 얇습니다. 좋게 말하면 예쁘게, 나쁘게 말하면 조금 날카롭습니다. 다만 이러한 화사함이 이번에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작용하는데, 음상을 또렷하게 들려 주고 또 무대의 전반적인 개방감을 살려 줍니다. 이 때문에 스피커의 체급 자체도 작은 편이 아니지만 본래의 체급보다도 더 크게 무대를 표현해 냅니다.

 

  반대로 저역은 양이 충분하고 극저역까지 묵직하면서도 부드럽게 가득 채워 주지만 조금은 부드럽습니다. 다시 말해 저역과 나머지 음역대의 질감이 좀 다릅니다. 이게 제가 듣기에는 비빔밥처럼 서로 잘 어우러지는 것처럼 들립니다. 부드러운 저역이 밑을 든든하게 받쳐 주는 덕분에 화사한 중고역이 들뜨거나 날카롭지 않게 들리는 식으로요.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런 서로 다른 음역대 질감 표현이 마치 스피커에 별도의 서브우퍼를 붙인 것처럼 거슬리게 들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욕심을 부리자면 지금보다 아주 조금은 베이스가 단단하게 나오면 좋겠습니다. 아마 이 정도는 앰프 매칭으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매킨토시 MA352에 물렸지만 진공관이 아니라 잘 만든 TR 앰프에 매칭하면 어떨지 궁금합니다.

  작은 볼륨보다는 조금은 볼륨을 올려 들을 때 매력이 더해지는 타입이기도 합니다. 기기를 업그래이드하는 것보다 볼륨을 한 칸 올려서 먼저 들어 보라는 말을 우스갯소리처럼 하기도 하지만, 이 녀석은 제가 듣기엔 저볼륨에서는 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역대의 살집이 부족한 것이 티가 잘 났습니다. 그러다가 볼륨을 일정 이상으로 올리면 핀포인트 음상에 존재감까지도 확 살아나고요. 거기에 표현하는 무대의 스케일도 그렇고, 조금은 넓은 공간에 설치해서 적당히 큰 볼륨으로 듣기에 어울리는 그런 스피커였습니다.

 

  소스포인트888은 특기생이라기 보다는 우등생에 가까운 스피커입니다. 이 부분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 저에게는 더 좋게 보였습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어느 한 부분이 확연히 뛰어난 것은 아니라는 의미가 될 텐데, 이는 888의 가격을 고려하면 금방 납득이 됩니다. 앤드류 존스라는 네임 밸류, 스피커의 체급, 요즘 비슷한 스펙을 가진 스피커들의 가격 등을 고려하면 소스포인트888은 상당히 잘 나온 스피커라 평하겠습니다. 거실 또는 그 이상의 공간에서 오랜 시간 여유롭게 다양한 곡들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스피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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