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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리뷰/영상 리뷰

베이어다이나믹 DT1990MK2 & DT1770MK2, 돌아왔구나.

  디지털 기기의 신제품 출시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습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요즘에는 그것보다는 소비자들이 신제품에 더 많은 관심을 주는 추세이니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경향도 눈에 띕니다. 마치 자동차의 연식 변경? 페이스리프트 정도의 변경된 제품을 대대적인 업그래이드 제품인 것처럼 과대 홍보를 하기도 하고요.

  대세가 올바른 방향이 아닐지라도, 이를 따르지 않는 기업은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을 텐데, 주로 오랜 역사를 가지는 전통적인 브랜드들이 여기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나 헤드파이에서는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젠하이저, 베이어다이나믹, 포스텍스, 오디오테크니카 등 헤드파이의 시작과 함께 한 근본 브랜드들은 유독 신제품 출시 주기가 긴 편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본인들이 납득할 만한 업그래이드 요소가 없다면 굳이 새로운 이름을 붙여 제품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베이어다이나믹 DT1990, 1770 PRO MK2도 딱 여기에 해당합니다. 전작 이후 10여 년 만에 이제야 2세대가 출시되었습니다. 정말 오래 걸렸죠. 하지만 달리 생각한다면 드디어 베이어 스스로 납득할 만큼의 발전을 이룬 결과물이 만들어졌다고 이해해야겠습니다. 사실 헤드파이에서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어느 정도 완성된 기술이라고 말을 해도 큰 무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베이어처럼 다이내믹 드라이버에 대한 독자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는 더할 것이고요. 토널밸런스 조절을 통한 음색의 차이가 아닌 이상 본래의 기술을 뛰어넘는 제품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 어렵게 만들어 낸 드라이버가 이번 MK2에 처음 사용된 테슬라.45 드라이버입니다. 전작 대비 자동차 엔진 혹은 플랫폼이 바뀐 풀체인지 모델인 셈입니다. 그 결과 제가 들었을 때에는 현존하는 베이어 헤드폰들 중 가장 고성능의 소리를 들려 주는 제품이 탄생했습니다. 베이어의 플래그십 라인업은 T 시리즈이지만 다음 세대 T 시리즈가 나오기 전까지는 DT1990, 1770 MK2를 플래그십이라 칭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베이어에서는 이번 제품을 발표하면서 공식적으로 8kHz 부근에 약간의 감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비단 이번 모델이 아니더라도 2010년 중반 이후 출시된 베이어 헤드폰들은 대체로 이전보다 중고역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식의 튜닝을 적용하곤 했습니다. 다만 그로 인한 결과물이 상당히 넓은 범위의 주파수 대역에 영향을 미치면서 전반적으로 조금 답답한 음색을 만든다는 것이 좀 불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제품에서는 그런 불만이 싹 해결됐습니다. 이전 베이어 특유의 반짝임은 잘 억제하면서 전체적인 밸런스는 어둡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절묘하게 튜닝해 두었습니다.

 

 

 

  드라이버 성능의 향상은 소리의 해상력으로 이어집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극저역 질감 처리 능력의 향상이었습니다. 단순히 극저역이 '나온다'는 것은 헤드파이에서는 그리 장점으로 꼽을 만한 게 아닙니다. 어지간한 이어폰, 헤드폰들은 재생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대신 '어떻게' 재생하는지가 다르지요. 마치 부밍이 일어나는 것처럼 잡스러운 진동이 느껴지지는 않는지, 그로 인해 지저분한 소리가 들리지는 않는지 등을 따져 보아야 합니다. 두 MK2 제품 모두 이전 세대 대비 확연하게 깔끔하게 정돈된 극저역을 들려 줬습니다.

  비단 극저역뿐 아니라 전체 음역대에 걸쳐 음선들이 깔끔해졌고, 다이나믹스 표현도 더 또렷하게 구분되며, 보다 선명해졌습니다. 그래서 오래 비교하지 않더라도 금세 MK2가 음질적으로 많이 향상되었다는 게 느껴집니다. 여기에 앞에서 말한 보다 균형 잡힌 토널 밸런스까지 더해져서 굉장히 뛰어난 소리를 들려 주고요.

 

  두 제품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밀폐형인 DT1770 MK2가 더 인상깊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대안이 많은 오픈형에 비해 이 정도로 잘 만든 밀폐형 제품은 현재 시장에서 찾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오픈형인 1990 MK2 대비 좌우 표현은 좁지만 그에 맞춰 음상이 타이트하게 잡히고 또 조금 앞으로 당겨지면서 보다 또렷하게 들립니다. 그래서 이번 신형 드라이버의 성능의 덕을 더 크게 보고 있습니다. 특히나 작업 용도, 모니터 용도의 헤드폰을 찾는 사람이라면 1770 MK2가 보다 매력적일 겁니다.

  오랜만에 베이어에서 추천할 만한 헤드폰이 나왔습니다. 이 정도의 업그래이드라면 다음 세대로 주저 없이 넘어갈 만하죠. 이렇게 만들어야 소비자 입장에서도 중복 지출 없이 만족하면서 오랫동안 사용할 테고요. 요즘 출시되는 헤드폰과 비교하면 가격적으로도 충분히 납득이 가는 수준으로 책정되었습니다. 이래서 근본, 근본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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